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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공간

감각의 연쇄작용

by 레니 Rennie 2017.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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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연쇄작용" 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혹 존재한다면 학술적으로 정확히 그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어 쓰이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어제 이를 실제로 느꼈다. <감각과 기억사이의 연쇄작용>


잠 못드는 밤 조용히 음악을 틀어 들었다.

남들이 추천하는 랜덤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한창 다른 생각에 잠겨있었다. 

플레이리스트가 중간으로 치닫을 즈음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나왔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달콤한 담배 향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딸기향 담배.

나는 담배를 피지않는 사람이고, 우리집엔 한 개비도 없다.


침대 위로 벌떡 몸을 일으키고 코구멍을 벌렁거리면서

냄새를 추적했다. 최근에 내 방에서 딸기맛 사탕을 먹은 적이 있었던가? 하면서.


이 희한한 착각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2013년도 겨울 새 해를 채 일주일 앞둔 연말이었다.

나는 내 친구와 김광석 뮤지컬을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내 인생 첫 뮤지컬이었고, 중학교시절 선망하던 아이돌 가수가 솔로가수가 되고, 뮤지컬 주연배우가 되어있었다.

제일 싼 좌석에 멀리서 얼굴도 잘 안보였지만, 모든게 좋았다.

무엇보다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서 좋았다.


뮤지컬을 보고 음악과 감상에 취한 우리들은 친구 집으로 가서 담배를 폈다. 

친구는 담배 애호가. 

나는 호기심에 친구를 따라 그때 딱 한번 담배를 폈다. 

우리는 밤새도록 김광석 노래를 듣고 부르며 음악과 담배에 취했다.


꽤 오래 지난 추억으로 내 기억 앨범 깊숙이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최근에는 펼쳐 본적 없는 페이지. 

그래서 실제로는 없다고 알고 있는 그런 기억으로 부터 온 것이다. 팍팍한 일상 속에 잊고 있었지만 분명히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달달한 딸기향 담배... 몽롱한 기분 좋음

음악에 취한 것인지 담배에 취한 것인지 묘한 착각으로 보낸 연말의 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 전주와 채 1절이 지나가기 전의 짧은 몇 마디가

나를 단숨에 3년 전으로 무자비하게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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