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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공간

20170505 어린이 날의 단상

by 레니 Rennie 2017.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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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쓰던 네이버 블로그에 가 봤다. 거기 싸질러놓은 무 쓸모한 글들을 다 폐기해버리고 아예 계정을 깨끗하게

삭제할 마음으로 호기롭게 로그인을 했다. (왜 호기롭냐면 거긴 이불 킥 할 글과 사진들로 범벅이 되어있다) 

아무튼 20대 초반에 써놓은 이모티콘과 "ㅋㅋㅋ"이 많고, 종결어미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완전한 문장은 하나도 없는 글들을 몇 개 읽고 

삭제해버리고 사진은 따로 저장해두었다. 피식피식 웃으며,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는데 삭제를 누르려는 찰나 댓글이 있길래, 

누가 댓글을 달았었더라. 확인해보니, 나의 가장 절친이었던 친구.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우리는 서로를  피 안 섞인 자매라고 칭하던 사이였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사이가 멀어졌다.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그 친구가 자꾸 생각이 났는데 마침 댓글까지 발견하니 기분이 씁쓸해졌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사는 지역이 멀어지긴 했지만, 대학교 2학년까지는 방학 때마다 틈틈이 보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주 연락을 했었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혹시라도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로 친구에게 상처를 준 걸까? 

나는 솔직히 기억나는 게 없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친구에게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 애초에 얄팍하디 얄팍한 우정이었었고 다만 우리가 그걸 심히 착각했으며, 밑바닥은 겨우 이 정도였던건지.  

          다음 달, 다른 친구 결혼식에 그 친구도 오겠지. 우리는 예전처럼 인사할 수 있을까? 

어릴 때 그렇게도 싫어했던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자꾸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내가 현실이 되도록 방조한 것 일까? 

나는 아직 완전히 어른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다. 두렵다. 

결국, 블로그 정리를 그만두고 컴퓨터를 꺼버렸다. 그 댓글이 딸린 글을 지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차라리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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