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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공간

그간 비스타퀘스트에 담긴 사진들

by 레니 Rennie 2017.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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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어버이날 집 앞 작은 시장에서 산 다육 화분 2개

좌측에 있는 녀석은 별안간 흐물흐물해지는 병?에 걸려 죽어버렸다.

오른쪽에 있는 녀석은 다행히 내 방에 묵직한 존재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엄마의 예상과는 달리 화분을 너무나도 잘 키우고 있는 나. 


엄마의 대장 내시경에 보호자로 따라갔던 날.

성남동에서 서브웨이 먹기.

내시경이 끝나고 바로 빵을 먹는 엄마..ㅎㅎㅎ

큰 빵순이와 작은 빵순이의 데이트에 빵이 빠질 수 없지


내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엄마 몰래찍기. 발목이 불편한 나를 위해 짐꾼을 자처해주셨다.

이 날 아몬드를 사러 4km넘게 걸어서 홈플러스에 갔다.

운동삼아 걸어갔는데, 수술 이후에 아마도 최초로 이렇게 많이 걸었던 날이지 싶다.

이 날 이후로 어느정도 잘 회복하고 있구나. 안심했었지. 이전의 고통의 날들이여ㅜ

이제는 안녕


돌아오는 길에 잠시 쉬어가기.

사진이 참 선명하게 잘 나왔다. 울 엄마 미모를 모두 잡아주지는 못했지만, 컬러감이 참 마음에 든다. 푸르스름한 컬러감. 비스타 퀘스트는 푸른색 계열에 최적화 되어있는 듯하다.


이 날 샀던 것 중 인생템이 되어버린 브라.

(여성들을 위해 더 많은 시원하고 편한 속옷들이 개발 되어야 한다!!!..)

여름용 브라!. 왼쪽에 있는 스포츠형 브라는 너무 편해서 사계절용이 되어버렸다.


냉장고 원피스를 사고 좋아했던 엄마와 나. 나란히 피팅해보기.

5000원짜리 원피스에 이렇게 행복 할 수 있다니ㅎㅎㅎ

더운 여름,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여주는 값싸고 실용적인 제품들.

아몬드 사러 갔다가, 자질구레한 것들을 사오긴 했지만

싸고 실용적인 소비는 언제나 우리를 기쁘고 들뜨게 한다.

이 제품들이 없는 여름을 상상할 수 있을까? 


겨울에 다시 보는 여름의 장면들.

여름이 주는 생명의 생기와

빛이 반사되어 만드는 색들이 감동적이다. 

여름은 분명 인간에게 괴로운 계절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참으로 인간 주관의 감상일 지도,

나머지 생명들은 이처럼 생기로워 보이는 것을.


겨울, 지금 이 사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

 

1. 아파트 단지 내 독서실을 오고가면서 좋은 장면을 마주칠 때 마다 찍어 놓았고 지금 이렇게 보니 문득 여름이 그립다. 지금은 서슬퍼런 겨울. 같지만 다른이유로 지금의 계절이 싫다.

여름의 속성은 더위이고 겨울의 속성은 추위이다. 내가 살고 있는 "겨울"의 속성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이 계절이 싫다. 이것은 "여름"의 속성 때문에 여름이 싫은 것과 같지만

추위와 더위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므로 다른 이유다. 단순히 겨울은 추워서 싫고 여름은 더워서 싫다. 하지만 겨울에 들여다보는 여름의 장면은 참으로 아름답다 못해 살짝 그리운 감정이 드는 것은 뭘까? 참으로 간사한 인간일 뿐이다. 


2. 여름 독서실은 천국이다. 

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내밀기 싫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가방을 싸들고 나서면 100m내에 천국이 있는 것이다. 여름 내 독서실에서 독서를 했고 한국사 공부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꼬박 1년 넘게 순결한 백수(거기다가 아픈 백수)로 지내면서 내가 겨우 몸을 회복하는 일 외 무엇에 집중했나. 하고 돌아보니, 무더운 여름에 지지 않기 위해서, 더위 앞에서 한 없이 무기력해지는 내가 싫어서 독서실로 발걸음을 스스로 옮긴 일인 것 같다. 가끔 이걸 까먹고 나를 자책하는 일이 있는데, 사진으로 그때의 의지?(삶의 의지?)를 확인 할 수 있어 기쁘다.


좁은 책상, 딱딱한 의자. 더위를 피해, 어쩔 수 없이 찾아간 또다른 고통의 장소가

오히려 나를 살게하는 것이다. 덕분에 책도 많이 읽었고 한국사공부도 하고, 시험도 통과했다.

무기력으로 부터 나를 조금씩 지키고자 실천했던 나에게 정말 고맙다. (그리고 냉커피에게도.!) 

몸이 한군데 아프다는 것은, 어쩌면 그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무기력과 싸우는 것이다.


여름, 집 앞에서 1L커피를 많이도 사먹었지. 생각해보니, 거의 2/3만 마시고 버렸던 것같다.

왜 그 사실을 알면서 자꾸 큰 사이즈를 샀을까? 한 사이즈 작은 사이즈가 나에게 딱 맞는 크기인데. 아마 가격 차이가 크지않고 이 크기에 그 정도 가격이면 큰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2-3달 거의 일주일에 3-4잔 정도 사 마시다가, 요즘엔 뜸하다. 생각해보니 돈 아까워서.

사실 맛이 좋아서 샀다기 보다(맛은 베트남에서 만든 인스턴트 커피가 더 내 입맛에 맞다.)

뭔가 작은 구매가 주는 상쾌한 기분 탓이었다. 일종의 립스틱 효과일까?

발목 수술후에 통 외출을 못하다가 그나마 집 앞 에 독서실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정기적으로 외출하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커피를 사면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 그 자체보다 소비가 주는 즐거운을 즐긴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로  

거의 사먹지 않다가, 가끔 커피를 타서 나가기 귀찮을 때만 이용한다.  

그래서 요즘은 가게 사장님이 왜 뜸하게 오냐며 물으신다. 하하. 돈이 아까워서요. 

라고는 당연히, 말 못하고ㅎㅎㅎ 요즘 바빠서요. 라며 만사형통형 핑계를.. 


9월, 집 가까이 도서관이 생겼고, 그때부턴 도서관을 자주갔다.

영어단어장 한 권 씹어먹기를 목표로. (경선식영어단어)

3000개 남짓의 단어를 암기하고 일일이 타이핑해서 휴대폰에 넣어다니면서 지금도 보고 있다. 

그때의 한번 빡시게 외우고나니,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을 때 너무너무 편하다. 

참 잘했네 나?.. 날 좀 더 사랑해줘 그러니까. 구박하지말고ㅜ


산지 6개월만에 구멍난 "5만원"짜리 반스 슬립온. 이렇게 제 값 못하는 신발을 처음..

마지막까지 신고 버리겠다며, 올 여름까지 신었나보다. 

처음엔  한쪽만 구멍 났는데, 막판에 양쪽이 모두.. 구멍이 양쪽에 난 걸 보고 바로 휴지통 행..

구멍 두개, 그것도 눈에 띄는 자리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 엄지발톱에는 톱이 달렸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고 싶을 정도다. 

양말도 엄지발톱 부분에 구멍이 나서 버리기 일쑤인데 이유가 뭘까?. 

그리고 우연히 인터넷 마켓에서 구매한 통넓은 청 면바지. 

저 바지 덕분에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실내에선 냉장고 원피스, 실외에선 저 통바지!.

그리고 역시 파란색 색감을 잘 잡는 비스타 퀘스트.!


사랑하는 친구의 웨딩촬영을 구경 겸 응원가던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일부러 2 정거장 일찍 내려서 풍경 구경하면서 걸어갔었지.

등엔 땀줄기가 2-3줄씩 내려가도 시원한 바람이(강가라 더 시원했다) 있어서 좋았고

하늘은 높고 푸른데 구름이 많이서 햇빛은 그리 강렬하지 않아서 좋았다.

취한다 취해~


수술 후 붙인 또다른 취미는 펜팔.

영국 친구인데 편지 한 통 보내면 도착하는데 15일이 걸린다.

서로 미루지 않고 바로 답장을 하면 1달에 한통 주고 받는 셈. 초반엔 서로의 성실함을 

뽑내기 위해 1달에 1번 꼬박 꼬박 편지를 주고 받았다. 

덕분에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계속 받았다. 

지금은 조금 느슨하게 주고 받는 지라 2-3달에 1통 정도 주고 받는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초반엔 서로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조금 더 편해지고 가까워지면

각자의 속도에 맞춰가는 것 아닐까. 그 모습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 

취미로 하는 일에 압박을 받아서는 안되니까, 우리 둘다 서로 답장이 늦어도 

채근하지않는다. 대신 SNS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더 자주 주고 받는다. 

지구 반대편에 내 생일을 기억해서 연락을 주고, 선물을 보내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아프거나 우울할 때 서로에 대한 염려로 짧거나 긴 메세지를 편지로 또 SNS로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

옛날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일이 였겠지. 


초점거리가 아쉬운 비스타 퀘스트. 

하긴 토이카메라에 뭘 더 바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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